토스팀의 역사를 다룬 <유난한 도전>을 읽어보면,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의사의 길과 창업의 길을 놓고 고민하다가 초기 창업자금을 위해 어정쩡하게 두 분야 모두에 발을 걸치고 사업을 시작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물론 추후에는 창업에 올인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의사라는 든든한 안전망이 있었기에 그가 창업이라는 도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경우를 반추해봐도 그렇다. 수능을 치른 후, 대학 원서를 넣어야 하는 그때. 어떤 진로로 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외국어를 전공으로 골랐다. 외국어 공부라면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덕분에 학점은 어렵지 않게 과탑을 찍었고, 남는 여유 시간에 각종 동아리 활동과 대외 활동을 하며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걸 잘하는지 깊이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시간을 통해 내가 업으로 삼고 싶은 진짜 직업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경력이 조금 쌓인 직장인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업무 범위를 차츰차츰 확장해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A라는 명확한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업무 확장 도전이 실패해도 언제든 돌아올 영역이 있다는 느낌은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 더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투자도 그렇다. 안전마진이 확보된 투자는 얼마나 든든한가. 시장의 파고에도 변동성을 더 오랫동안 든든하게 감내할 수 있다.
삶이 100% 도전과 리스크로 채워져야 한다면 강심장이 아닌 이상 그 과정에서 많이 지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성공하면 베스트이지만, 실패했을 때의 자괴감이 엄청나니까. 내 도전을 지탱해줄 나의 안전망은 무엇인지, 나는 그 안전망을 탄탄하게 잘 구축해나가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