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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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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투자 나이가 들어갈수록 관심사가 좁아지는 걸 느낀다. 옛날에는 소설, 인문학, 심리학, 역사 등 다방면으로 책을 읽었다면 요즘은 경제/경영, 재테크/투자 평대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뭔가 생산적으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다보니 특히 소설과 같이 유희형 읽기는 시간낭비 쯤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내게 아차 싶었던 때가 찾아 왔다. 여느때처럼 서점에서 몇권의 투자 관련 서적을 구입했을 때다. 열심히 읽고 있는데, 너무 비슷비슷한 내용의 반복이 이어졌다. 지루함에 다른 책을 열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큰 방향에서 모두들 같은 문제 인식을 가지고 있다보니 그 배경을 서술하는 부분이 정말 복붙한 것처럼 비슷했다. 다들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투자하고 그렇게 살아가는구나. 전혀 ..
똑같은 클래스, 다른 질감 주말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주말에 꼭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댄스 클래스에 참여하는 것. 회비를 내고, 수업 장소로 이동해서 수업을 들으면 된다. 수업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인데, 선생님이 매주 랜덤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티칭이 능숙한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여느 때처럼 큰 기대 없이 갔던 어느날, 실력은 물론 티칭 애티튜드가 너무 좋은 쌤을 알게 됐다. 진정성 있게 클래스를 이끌어가는 게 보였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쌤에게 마구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비보이로 시작해 힙합을 베이스로 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까지 모두 소화하면서 춤을 밀도 있게 해오신 것도 좋았다. 매주 와줬으면 하는데, 랜덤 배정되는 이 커뮤니티의 특성상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몰랐다. 쌤의 ..
심심함을 심심하지 않게 스마트폰 하나면 도파민을 자극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심심함'일지도 모른다. 걸어 다니는 순간에도, 커피를 기다리는 잠깐의 순간에도 공백은 참을 수 없는 무엇이 된다. 습관처럼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는 이유다. 심심함의 사전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지루한 상태'로 나온다. 김소연 시인은 심심함을 '가장 천진한 상태의 외로움'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피하고만 싶은 이 지루함과 외로움에 의외로 반전의 미학이 숨어 있다. 심심함은 사람을 더 깊어지게 만든다. 심심함은 관조하고 사색하는 삶의 필요조건이다. 심심함이 없다면, 느릿함 속에서 숙성되는 삶의 의미를 마주할 수 없다. 자신의 행복에 주의를 기울일 느긋한 ..
취미를 지속하는 힘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활동을 '취미'라고 부른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재미로 한 번쯤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 취미다.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등산을 가든 저마다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인생을 살아간다. 나에게도 취미가 있다. 스트릿 문화와 힙합/코레오(choreo) 분야의 댄스를 좋아한다. 댄서들의 디테일한 움직임을 온전히 카피해보려는 욕망은 10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대학생 때 댄스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고,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주말이면 레슨을 받거나 연습실을 빌려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같이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 중 지금까지 춤을 추고 있는 동지들은 거의 없다. 바쁜 일상에 치여 흥미를 잃었거나,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달라졌거나 사연은 다양한데, 한..
눈썰미도 재능이다 나에겐 괴상한 능력이 있다. 한번 본 얼굴은 기똥차게 기억하고, 군중 속에서도 익숙한 얼굴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렇게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사람들은 다양하다. 몇 만 명이 집결했던 광화문 광장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찾아냈고, 9호선 퇴근길 지옥철에서 대학 동기와 재회했고, 이전 직장의 상사도 발견했다(모른척했다). 뿐만 아니다. 페이스북으로 팔로우하던 오피니언 리더, 업계 선배들도 포착했다. 서점에서 책을 읽다 휙 고개를 든 찰나의 순간이었다. 처음엔 다들 그런 줄 알았다. 직장 동료와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말했다. "그것도 재능이야" 재능이라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괜히 으쓱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이 잔재능으로 이직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