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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이 있어야 실력이 따른다

안고수비(眼高手卑)라는 말이 있다.

마음은 크고 눈은 높아도, 재주가 모자라 손이 눈을 따르지 못하는 것을 탄식하는 말이다.

 

'보는 눈만 높고 실력은 쥐뿔도 없다'는 비아냥으로 이 사자성어를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결국 '안목'이 있어야 '수비'도 따라온다고도 볼 수 있다.

 

보는 눈이 있어야, 거기에 이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도 하게 되지 않는가.

 

"이 문장 너무 어색하지 않아요? 조사가 이렇게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데요."
"....잘 모르겠는데요."

 

어떤 분야든 초짜는 안목이 없다.

안목이 없기 때문에 초짜고, 초짜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보는 눈'이 달라진다는 것은 초보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반면 고수는 다르다. 예외 없이 보는 눈이 높고 까다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보고, 같은 것을 봐도 더 깊고 섬세하게 본다.

 

몇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서 

립제이와 로잘린의 댄스 배틀 장면을 기억해보자.

 

 

로잘린은 젊은 패기와 파워풀한 왁킹으로 분위기를 주름잡았고,

립제이는 노련미 있게 우아한 춤사위로 맞섰다.

심판들은 로잘린의 손을 들어줬다.

 

립제이의 팬이었던지라 판정에 아쉬움이 들었지만, 딱히 차이를 설명해낼 수는 없었다.

아마 일반 대중들의 눈에도 비슷했으리라.

 

그런데 스트릿씬의 대가 같은 '제이블랙'의 평은 섬세하고 촘촘했다.

 

 

립제이가 왜 대단했는지,

멜로디와 흐름 측면에서 음악의 어떤 포인트를 어떻게 살렸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는데

이게 바로 안목의 차이구나 싶었다. 

 

비단 댄스 뿐만 아니라 '글쓰기'에도 통용되는 말일거다.

일단 무작정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전혀 쓰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

양질의 인풋 없이 쏟아내는 글은 자기만족적 배설에 그치기 쉽다.

 

다작 이전에 좋은 글이 왜 좋은지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안목에 걸맞게 자신의 실력을 부지런히 갈고 닦는 노력이 뒷따라야 할 것이다.

 

다른 작가의 글에 매혹된 경험이 없는 작가는 자신의 글로 남을 유혹할 수도 없다.
- 배상문 <창작과 빈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