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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엔 '원칙'이 있나요?

 

 

독서라고 모두 유익한 것은 아니다. 참신한 관점과 내용이 없다면 눈만 피로해지고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하니까. 약간의 지적 자만으로 독서 노잼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내게 레이 달리오의 <원칙>은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다. 

 

715p에 달할 정도로 책 두께부터 남달랐고 투자와 경영에 관해 소화하기 쉽지 않은 내용들이 가득했지만, 이해해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거의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차근차근 읽었던 기억이 있다. 


투자 측면에서 배웠던 가장 큰 수확은 바로 ‘독립적인 사고'. 다름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수에 동조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진대, 독립적인 사고를 통해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투자에 있어서나 인생에 있어서나 다른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부분에서 깊은 통찰을 느꼈다. 모두가 YES라고 할 때, 나만의 가설이 있다면 NO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용기가 과연 나에게 있을까 되돌아본 계기가 됐다.

 

투자도 투자였지만, 브리지워터의 경영자로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나갈지에 대한 그의 인사이트를 엿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레이 달리오는 조직을 하나의 ‘기계’로 보고, 관리자는 이 기계를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엔지니어'에 가깝다고 정의를 했다. 굉장히 시스템주의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삶이라는 거대한 변수 덩어리를 변하지 않는 ‘원칙'으로 정의한 것부터가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경제위기를 잘못 예측해서 대망신과 나락의 길을 걸었던 당시의 실패 경험을 자신의 의사결정 철학을 정립하는 기반으로 삼은 점도 흥미로웠다. 의사결정 시 필요한 대담함에 언제든 본인이 틀릴 수 있다는 겸허함을 갖추게 된 것. 이러한 겸허함은 본인의 의견에 사려깊게 반대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똑똑한 사람들을 두게 되는 계기가 됐고, 단순히 사람들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체계화해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결과로 만들어냈다.

 

한편, 레이 달리오가 주창하는 ‘극단적 투명성', ‘극단적 개방성'에 처음에는 100%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게 가능한가?에 대한 현실적 관점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직의 위계에 굴하지 않고, 우리는 과연 100% 솔직해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잡플래닛 같은 게 외국에도 있다면 브리지워터에 대한 평판이 어떤지 매우 궁금해지는 지점이었다. 그래도 단순히 선언적인 구호로서 외치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의 원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했던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살수도, 원칙 대로 살수도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지 정답은 없지만,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방식을 지향하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장과 성공은 고도의 자제력이 필요한 법이고,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은 바로 삶에 대한 자기만의 탄탄한 원칙일 것이다. 자신의 삶을 통해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고 전파하는 그의 행보를 보며, 나는 어떤 원칙을 세우고 내 삶을 통해 증명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