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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저(Leverager)가 되자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낄 때가 있다. 형용할 수 없지만 뭔가 꼬인 느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불길한 예감이 들 때가 있다. 바로 그 때가 그동안 품고 있던 자신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의심해볼 때다.

 

이상과 열망에 가슴이 타오르던 아직은 순수했던 대학생 시절. 그때 나에게 성공은 좋아하고 잘하는 일, 소위 말해 '적성'을 찾고,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어내는 것이었다. 장인정신과 같은 맹목적 열정에 도취되어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원하던 분야의 회사에 첫 입사하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다. 자발적으로 평일 새벽 6시 또는 주말에 출근하면서 내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곤 했다. 물론 그때의 일습관이 지금의 업무 태도와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명백히 자기 착취적인 일이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타오르던 열정은 오래 지나지 않아 식었다. 일이 익숙해지면서 매너리즘이 찾아왔고, 더 큰 성장을 찾아 이직한 회사에서는 오히려 너무 많은 업무량과 경쟁적인 환경에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일이 부담되기 시작했고, 힘들어졌다. 자연스럽게 꼬리를 물고 드는 생각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였다. 

 

그러던 찰나에 우연히 접하게 된 롭 무어의 <레버리지>라는 책은 나의 좁고 단단했던 세계관에 균열을 내줬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둘 중 하나다. 한쪽은 레버리지 하고, 다른 한쪽은 레버리지 당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당신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다면 당신이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당신으로부터 돈을 벌고 있다."

 

무언가의 이면을 보게 된 느낌이었다. 그의 섬뜩한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회사에 시간과 에너지를 모두 저당잡혀 있는 나의 위치가 그제서야 선명히 보였다. 

 

롭무어가 정의하는 레버리지의 구체적인 의미는 다음과 같이 확장된다.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것을 성취하는 것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돈을 버는 것

-더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더 많은 시간을 얻는 것

-더 적은 노력으로 더 많은 성과를 얻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레버리저가 될 수 있을까?"

 

<레버리지>를 읽고 크게 감명 받은 나는 업무 영역에 있어서 이 원리를 적용할 수 없을지 곰곰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는 프리랜서에게 이양하는 방법을 타당성있게 회사에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시간의 여유를 만들었다. 또 한편, 나의 업무를 보조해줄 팀원 충원을 요청하였고 해당 팀원을 직접 관리하면서 내 업무의 상당 부분을 이양하고 또 다른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만들어진 여유 시간에 다른 프로젝트에 더 참여하며 나의 역량과 업무 스코프를 다각화했고, 안정적으로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점을 인정 받아 연봉 상승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 때의 성취 경험은 아직도 나에게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A부터 Z까지 다 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노동을 잘 활용해서 더 큰 성취를 이뤄낼 수 있는 점을 이론과 실천을 통해 배웠다. 아직은 사회경험이 적어 근로자로서 더 배워야 할 부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근로자이면서도 레버리지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을 이제는 잘 알고 있다. 언젠가 독립하여 나만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그날까지, 근로자만이 누릴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더 많은 비즈니스 경험과 역량을 키워나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