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삶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그런 전환점 같은 순간들이 온다.
인생의 굵직한 통과의례일 수도, 누군가와의 짧은 만남일 수도 있다.
당시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에 따라 이후의 경험이 달라지고,
경험이 달라지면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년 간 자기계발과 커리어 측면에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성장의 변곡점들을 떠올려봤다.
1. 금융에 눈을 뜨다
몇년 전 브런치를 통해 우연히 재무 전문가 한 분을 알게 됐다. 꾸준하게 고퀄의 칼럼을 연재하시는 걸 보며 신뢰가 생겼고,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호기심에 컨설팅을 신청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비법이 숨어있다거나 그런 종류의 강의는 아니었다. 내 수입과 지출의 흐름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을 해주셨고,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기본 개념에 대해 알려주셨다. 당시 사회초년생이기도 했고, 모든 내용을 다 이해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컨설팅을 계기로 자산관리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관련 책을 탐독해보면서 주식, 연금, 부동산 등 기본 재테크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20년도 코로나 상승장이 왔을 때, 초심자의 행운을 충분히 누릴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공모주 투자에서도 쏠쏠하게 재미를 봤다. 가장 감사한 부분은 바로 '잃지 않는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주셨던 것. 덕분에 무리하게 리스크 테이킹하지 않으면서 원칙에 따라 투자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었고,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도 평정을 유지하는 힘이 됐던 것 같다. 그분과의 만남은 자본주의를 활용하는 나의 관점과 태도에 큰 전환점이 됐다.
2. 이직의 쓴맛과 단맛을 경험하다
연차가 좀 찼을 무렵,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하나 둘 씩 좋은 곳으로 떠나가는 걸 보며 나에게도 이직의 때가 머지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직이라는 것이 막상 준비해보니 만만한 게 아니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 작성도 쉽지 않은데,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디벨롭하고 싶은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이 그려지지 않았던 것.
급한 마음에 이곳 저곳 찔렀다가 당연하게도 서류 탈락이 이어질때면 정신이 아득해지기도 했다. 당시 나는 망망대해에 방향키도 없이 간신히 떠있는 배 같았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해 다시 현업에 집중하며 경험을 쌓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렇게 2년이 흘러 2022년. '올해를 기점으로 인생이 술술 풀릴 것'이라는 어느 점쟁이의 말은 한 줄기 희망이었고,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게 이뤄졌다. 올초 본격 이직 준비를 다시 시작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총 2곳에 원하는 조건으로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나의 시장 가치를 인정 받는 순간이었고, 자존감이 올라갔던 경험이었다.
새로 조인한 곳은 스타트업치고는 규모가 있는 조직이었는데, 나름의 체계가 존재했고 스마트한 동료분들이 가득했다. 하루하루 폭풍 성장하며 신나게 일할 수 있었으니, 이직은 준비 과정의 지난한 고생을 만회할 만큼 만족스러웠고 달콤했다.
3. 제가 팀장이라고요?
이직한지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뜻밖에도 팀장직 제의를 받았다. 상부에서 퍼포먼스를 좋게 봐주신 덕분에 생긴 깜짝 뉴스였다. 좋은 기회라 생각해 덜컥 수락하긴 했는데 그날밤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걱정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마침내 전사에 인사발령이 공표되는 순간, 정말 되돌릴 수 없겠다 싶었다. 잘 해낼 수밖에. 애써 두려움을 다독였던 게 기억난다.
웃긴 것은 팀장을 달긴 했는데, 팀원이 없었다. 팀 세팅부터 해야했던 것. 최연소 초짜 팀장의 고난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채용을 위한 서류 검토와 면접을 보며 해본적 없던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다행히 핏이 맞는 동료들을 잘 채용했고, 서툴지만 하나씩 체계를 잡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좋은 리더가 되고 싶은 욕심과 아직은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앞으로도 밀당은 계속될 것 같다. 그래도 더 큰 역할과 권한을 가지고 커리어적으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 만큼,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쫄지 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