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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취미를 지속하는 힘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활동을 '취미'라고 부른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재미로 한 번쯤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 취미다.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등산을 가든 저마다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인생을 살아간다. 

 

나에게도 취미가 있다. 스트릿 문화와 힙합/코레오(choreo) 분야의 댄스를 좋아한다. 댄서들의 디테일한 움직임을 온전히 카피해보려는 욕망은 10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대학생 때 댄스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고,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주말이면 레슨을 받거나 연습실을 빌려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같이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 중 지금까지 춤을 추고 있는 동지들은 거의 없다. 바쁜 일상에 치여 흥미를 잃었거나,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달라졌거나 사연은 다양한데, 한 친구의 푸념이 뇌리 속에 깊게 남았다.

 

 

"재미를 잃었어" 

 

'재미'는 어떤 일을 시작하는 강한 원동력이 된다. 요즘처럼 선택지가 많은 시대에 무언가를 시작 한 것만으로도 그 용기를 칭찬받아 마땅하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나머지 반을 채우는 것은 지속하는 힘이다. 지속성을 담보하는 것은 재미를 넘어 나만의 '의미'가 결합될 때 가능한 게 아닐까?

 

나에게 춤은 운동이자 예술이다. 사실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음악에 딱 맞는 움직임을 구현해낼 때, 좋든 싫든 내 노력의 결과물들이 영상으로 남을 때, 조금씩이지만 성장하는 게 보일 때 느끼는 성취감이 정말 크다. 그래서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연구하고, 연습하게 되니까 말이다. 아직까지는 댄서들의 움직임을 커버하는 수준에 있지만, 나만의 안무를 자유자재로 창작할 수 있는 경지를 꿈꾸고 있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 나를 구원해준 것도 춤이었다. 춤은 회사 밖의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주었고, 건강한 나로 살게끔 균형을 잡아줬다. 밖에서 세운 건강한 자아가 회사 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의미에서 춤은 나에게 가장 육체적이지만 동시에 가장 정신적인 활동이기도 하다. 몸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꾸준하게 이 취미를 즐기고 발전시켜나가고 싶다. 그렇게 하나하나 남는 영상물들은 가장 젊고 건강한 시절에, 나의 영혼을 담은 멋진 기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미 외에도 한 가지 더 중요한게 있다. 바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커뮤니티에 참여하든, SNS에 기록하든, 누군가가 내 활동을 지켜보고, 응원해줄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이용하는 것이다. 주변 사람의 영향력을 활용하면 늘어질 수 있는 활동에도 탄력이 생긴다. 취미가 단발의 시도를 넘어 더욱 끈덕지고 깊어질 수 있다. 

 

취미는 가볍다. 가볍기에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가볍기에 쉽게 포기할 수 있다. 가벼움에 날아가지 않도록 그 취미에 닻을 내려주는 것은 나만의 온전한 의미와 시스템이다.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를 적절히 활용한다면, 열정을 지속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행복할 수 있다. 사실 취미 뿐만 아니라, 도전하고자 하는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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