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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저(Leverager)가 되자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낄 때가 있다. 형용할 수 없지만 뭔가 꼬인 느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불길한 예감이 들 때가 있다. 바로 그 때가 그동안 품고 있던 자신의 세계관을 다시 한번 의심해볼 때다. 이상과 열망에 가슴이 타오르던 아직은 순수했던 대학생 시절. 그때 나에게 성공은 좋아하고 잘하는 일, 소위 말해 '적성'을 찾고,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루어내는 것이었다. 장인정신과 같은 맹목적 열정에 도취되어 있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원하던 분야의 회사에 첫 입사하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다. 자발적으로 평일 새벽 6시 또는 주말에 출근하면서 내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곤 했다. 물론 그때의 일습관이 지금의 업무 태도와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나의 컴포트 존 넓히기 편안함에 안주하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을 선택하면 두려움은 피할 수 없다. 29살, 올해 과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직급의 동료들 중에서는 내가 가장 어리다. 일을 일찍 시작한 덕이다. 잠깐은 기뻤으나 무거운 책임감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회사의 기대감은 높아졌고, 한번도 해보지 못한 분야의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업무에 대한 두려움에 더해 중간관리자로서 서로 다른 성향의 후배들을 이끌며 일을 해야 하는 부담감까지. 그야말로 위아래 눈치를 골고루 봐야하는 낀 존재가 됐다.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보다. 한 달 여간 불면증이 계속 있었고,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샌 후 출근하는 일이 반복됐다. 통제불가능한 변수가 발생하고 그에 대응하느라 밤 12시에 퇴근을 하는 일도 부쩍 잦아졌다. 내가 잘..
세렌디피티를 기르는 법 평범한 풍경, 현상, 행동에 숨어 있는 씨앗이나 중대한 의미를 '깨닫는' 능력을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고 한다. 세렌디피티의 촉을 날카롭게 세우고 주변을 잘 관찰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영감을 건져 올릴 수 있다. 커피점 알바생에게서도 말이다. 출근길 아침, 신사역 마노핀 매장에 자주 갔었다. 아침으로 먹을 빵과 커피를 사기 위해서였다. 의식처럼, 습관처럼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들러 같은 메뉴를 주문했다. 안면을 튼 알바생이 내가 주문을 하기도 전에 다 안다는 듯 메뉴를 확인해왔다. 한술 더 떠 매장에 닿기도 전에 멀리서 나를 알아본 알바생이 무언의 아이컨택 후, 주문을 넣고 빵을 데우는 경지에까지 올랐다. 뭔가 케어 받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다른 파트너에게 주문을 ..
취미를 지속하는 힘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활동을 '취미'라고 부른다.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이 없고, 재미로 한 번쯤 시작해볼 수 있는 것이 취미다.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등산을 가든 저마다 다양한 취미를 즐기며 인생을 살아간다. 나에게도 취미가 있다. 스트릿 문화와 힙합/코레오(choreo) 분야의 댄스를 좋아한다. 댄서들의 디테일한 움직임을 온전히 카피해보려는 욕망은 10년째 현재진행형이다. 대학생 때 댄스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고,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주말이면 레슨을 받거나 연습실을 빌려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같이 동아리 활동을 했던 친구들 중 지금까지 춤을 추고 있는 동지들은 거의 없다. 바쁜 일상에 치여 흥미를 잃었거나,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달라졌거나 사연은 다양한데, 한..
눈썰미도 재능이다 나에겐 괴상한 능력이 있다. 한번 본 얼굴은 기똥차게 기억하고, 군중 속에서도 익숙한 얼굴을 찾아내고야 만다. 그렇게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사람들은 다양하다. 몇 만 명이 집결했던 광화문 광장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찾아냈고, 9호선 퇴근길 지옥철에서 대학 동기와 재회했고, 이전 직장의 상사도 발견했다(모른척했다). 뿐만 아니다. 페이스북으로 팔로우하던 오피니언 리더, 업계 선배들도 포착했다. 서점에서 책을 읽다 휙 고개를 든 찰나의 순간이었다. 처음엔 다들 그런 줄 알았다. 직장 동료와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말했다. "그것도 재능이야" 재능이라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괜히 으쓱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이 잔재능으로 이직의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