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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만큼 성장한다 사회초년생 시절, 사회의 벽은 너무 높아 보였다. 팀장님을 따라 나간 거래처 식사 자리에서는 긴장해서 밥도 잘 못 먹고 덜덜 떨었다. 나는 언제쯤 능숙한 사회인의 얼굴을 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과연 올까,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평일 내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들의 얼굴에서 나와 같은 작은 두려움을 읽어낼 수 있을 만큼, 곤란한 질문은 능청스럽게 넘길 수 있을만큼 여유가 생겼다. 이런 짬이 생기기까지 얼마나 많이 두려워했던지. 신입 때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했던 날, 전날 밤새 준비하고도 실전에서 두려움을 컨트롤하지 못해 발표를 망치고 펑펑 울었다. 청중들의 눈이 왜그렇게 무서웠는지. 목소리는 왜 그렇게 주체 못할 정도로 떨렸는지 모른다. 지금은 전사 타..
예언의 힘 5~10년 단위로 80세까지 라이프 플랜을 짜둔 적이 있다. 내 나이 스무살 무렵이었다. 당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정말 공들여 짠 플랜이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먼 미래들은 코 앞의 바쁜 일상에 곧 묻혔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연히 노트를 다시 펼쳤는데 깜짝 놀랐다. 적힌 그대로 살고 있던 것. 쓰면 이루어진다는 뻔한 자기계발서의 말에 처음으로 공명하던 순간이었다. 현재 시점에 맞춰 플랜은 다시 업데이트 되어야겠지만, 이제는 알게 됐다. 간절히 원하고, 그걸 쓰고, 하나씩 실천하면 결국엔 이뤄진다는 것을 말이다. 공연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던 팀원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괜찮아, 다들 긴장하고 있을거야. 열심히 준비했으니 우리가 우승할거야." 내 무심한 말에 팀원은 안도했고, 그날 공..
안전망이 있어야 도전이 과감해진다 토스팀의 역사를 다룬 을 읽어보면, 창업자 이승건 대표가 의사의 길과 창업의 길을 놓고 고민하다가 초기 창업자금을 위해 어정쩡하게 두 분야 모두에 발을 걸치고 사업을 시작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물론 추후에는 창업에 올인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의사라는 든든한 안전망이 있었기에 그가 창업이라는 도전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 경우를 반추해봐도 그렇다. 수능을 치른 후, 대학 원서를 넣어야 하는 그때. 어떤 진로로 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외국어를 전공으로 골랐다. 외국어 공부라면 누구보다 쉽고 재미있게 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덕분에 학점은 어렵지 않게 과탑을 찍었고, 남는 여유 시간에 각종 동아리 활동과 대외 활동을 하며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
초보 팀장으로 살아남기 야망 넘치던 주니어 시절부터 리더십은 나의 주된 관심사였다. 못미더운 팀장님을 보며 언젠가 내가 팀장이 된다면 정말 잘해내고 싶었다. 어떻게 팀을 운영해나갈지 그럴싸한 계획을 그리며 꿈에 부풀기도 했다. 팀장 6개월차인 현재, 이상과 다른 현실에 다양하게 쳐맞으며 팀장님들의 고난을 이제서야 가슴 깊이 이해하게 됐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지만 초보 팀장으로 그동안 뼈저리게 배운 점 3가지가 있다. 1. 얼라인먼트 팀장은 팀을 대표로 CEO 및 경영진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자리다. 팀으로 지향할 목표와 이니셔티브를 얼라인하는 것이 정말 정말 중요하고, 이게 얼라인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행한 모든 것은 제대로 된 성과로 인정받지 못한다. 한번의 얼라인으로 충분치 않은 것도 포인트. 경영 상황이 지속 변하기 ..
잘 하고 싶은 마음 춤을 추면서 다양한 무대에 올라봤지만 단 한번도 만족스러웠던 공연이 없었다. 늘 어딘가 아쉬웠다. 연습이 부족했던 탓도, 실전에서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한 탓도 있었고 그 이유는 다양했다. 결과 보다는 경험 자체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친구들을 보며 괴리감을 느끼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스트레스는 항상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왔던 것 같다. 했던 것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잘하고 싶었다. 남들이 괜찮다고 인정해줄 때 조차도 스스로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면 힘들어했다. 완벽주의의 완벽한 폐해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하다보면 실수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것들에 의연하지 못하고 늘 곱씹으며 자책했다. 남들에게는 관대했지만 나에게는 늘 엄격했다. 실력이 쌓일때까지는 절대적으로..
똑같은 클래스, 다른 질감 주말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주말에 꼭 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댄스 클래스에 참여하는 것. 회비를 내고, 수업 장소로 이동해서 수업을 들으면 된다. 수업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인데, 선생님이 매주 랜덤으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티칭이 능숙한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다. 여느 때처럼 큰 기대 없이 갔던 어느날, 실력은 물론 티칭 애티튜드가 너무 좋은 쌤을 알게 됐다. 진정성 있게 클래스를 이끌어가는 게 보였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쌤에게 마구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비보이로 시작해 힙합을 베이스로 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까지 모두 소화하면서 춤을 밀도 있게 해오신 것도 좋았다. 매주 와줬으면 하는데, 랜덤 배정되는 이 커뮤니티의 특성상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몰랐다. 쌤의 ..
성장의 변곡점을 돌아보며 누구에게나 삶이 질적으로 달라지는 그런 전환점 같은 순간들이 온다. 인생의 굵직한 통과의례일 수도, 누군가와의 짧은 만남일 수도 있다. 당시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에 따라 이후의 경험이 달라지고, 경험이 달라지면 삶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몇년 간 자기계발과 커리어 측면에서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 성장의 변곡점들을 떠올려봤다. 1. 금융에 눈을 뜨다 몇년 전 브런치를 통해 우연히 재무 전문가 한 분을 알게 됐다. 꾸준하게 고퀄의 칼럼을 연재하시는 걸 보며 신뢰가 생겼고,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호기심에 컨설팅을 신청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난 비법이 숨어있다거나 그런 종류의 강의는 아니었다. 내 수입과 지출의 흐름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을 해주셨고,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심심함을 심심하지 않게 스마트폰 하나면 도파민을 자극하는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심심함'일지도 모른다. 걸어 다니는 순간에도, 커피를 기다리는 잠깐의 순간에도 공백은 참을 수 없는 무엇이 된다. 습관처럼 음악을 듣고, 드라마를 보는 이유다. 심심함의 사전적인 정의를 살펴보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지루한 상태'로 나온다. 김소연 시인은 심심함을 '가장 천진한 상태의 외로움'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그런데 피하고만 싶은 이 지루함과 외로움에 의외로 반전의 미학이 숨어 있다. 심심함은 사람을 더 깊어지게 만든다. 심심함은 관조하고 사색하는 삶의 필요조건이다. 심심함이 없다면, 느릿함 속에서 숙성되는 삶의 의미를 마주할 수 없다. 자신의 행복에 주의를 기울일 느긋한 ..